전세나 월세로 살다 보면 보일러가 멈추고, 천장에서 물이 새고, 벽에 곰팡이가 번지는 일이 생깁니다. 이때 "세입자가 알아서 고쳐라"라는 집주인과 "당연히 집주인이 고쳐야지"라는 세입자 사이에 다툼이 자주 벌어집니다. 누가 고쳐야 하는지, 세입자가 먼저 돈을 들여 고쳤다면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법 조문을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임대인에게는 수선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합니다. 단순히 집을 빌려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집의 상태를 유지해 줄 의무까지 포함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거주에 필요한 핵심 설비가 고장 나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됐다면, 원칙적으로 그 수선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또한 민법 제624조는 임대인이 보존에 필요한 행위를 할 때 임차인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어, 수선은 임대인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성격을 함께 가집니다.
어디까지 임대인이 고쳐야 하나
모든 고장을 임대인이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수선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책임 주체를 나누어 판단해 온 경향을 보입니다.
| 구분 | 대체로 임대인 부담 | 대체로 임차인 부담 |
|---|---|---|
| 성격 | 거주의 본질적 부분, 대규모 수선 | 사소하고 경미한 수선 |
| 예시 | 보일러 교체, 누수·결로로 인한 벽체 보수, 노후 배관, 전기 설비 결함 | 전구·형광등 교체, 수도꼭지 패킹, 변기 손잡이 등 간단한 소모품 |
| 기준 | 비용이 크고 수선 없이는 사용·수익이 어려운 경우 | 임차인이 큰 비용 없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경우 |
핵심 기준은 그 고장을 고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거주할 수 없는가입니다. 보일러가 한겨울에 멈췄거나 천장 누수로 방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전구 하나 교체처럼 임차인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은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입자가 먼저 고쳤다면 — 필요비와 유익비
임대인이 고쳐주지 않아 세입자가 직접 비용을 들여 수리했다면, 민법 제626조에 따라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비용은 성격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 구분 | 의미 | 상환 시기와 범위 |
|---|---|---|
| 필요비 | 집을 보존·유지하는 데 든 비용 (누수 보수, 보일러 수리 등) | 지출 즉시 임대인에게 전액 상환 청구 가능 |
| 유익비 | 집의 객관적 가치를 높이는 데 든 비용 (개량·시설 추가 등) | 임대차 종료 시 가치 증가가 현존하는 경우, 지출액과 증가액 중 임대인이 선택해 상환 |
즉 보일러 수리나 누수 보수처럼 거주를 위해 꼭 필요했던 비용은 필요비로서 임대차가 끝나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수선을 거부할 때 대응 절차
수리비를 월세에서 공제해도 될까
세입자가 지출한 필요비는 임대인에 대한 채권이므로, 이를 차임(월세)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회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다툼을 줄이려면 상계 전에 내용증명 등으로 청구 사실과 금액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고장으로 집의 일부만 사용이 어려운 정도라면 차임 전액 지급을 거절하기는 어렵고, 사용·수익이 제한된 범위에서 차임 감액을 주장하는 방향이 적절한 경우가 많습니다.
수선의무를 면제하는 특약은 유효할까
계약서에 "모든 수리는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특약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특약을 사소하고 경미한 수선을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의미로 좁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보일러 교체나 대규모 누수 공사 같은 큰 수선까지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것으로는 쉽게 인정되지 않는 편입니다. 특약이 있더라도 곧바로 세입자 부담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수선의 규모를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수리비 청구 전 점검 사항
자주 묻는 질문
Q. 오래된 집이라 곰팡이가 계속 생기는데 임대인이 세입자 관리 탓이라고 합니다.
환기 부족 등 임차인의 관리 문제로 생긴 곰팡이인지, 결로·누수·단열 결함 등 건물 자체의 하자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따라 책임이 달라집니다. 구조적 원인이 크다면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발생 부위와 원인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입주할 때부터 있던 하자도 청구할 수 있나요?
임대인은 인도 시점부터 사용·수익에 적합한 상태로 제공할 의무가 있으므로, 입주 초기에 발견한 하자도 통지하고 수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입주 시 집 상태를 꼼꼼히 촬영해 두면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내 상황에 맞게 확인하려면
수선 책임은 고장의 규모, 원인, 계약서 특약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이지로24에서 민법 제623조·제624조·제626조 원문과 관련 판례 흐름을 직접 검색해 내 상황에 맞는 권리와 절차를 확인해 보세요.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적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